호메로스는 실존 인물이었을까? 『일리아스』『오디세이』를 한 사람이 썼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
호메로스 실존 여부는 고대의 저자 전승과 현대의 구전시 연구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일리아스』『오디세이』는 오랜 공연 전통 속에서 형성돼 한 사람이 현재 형태 전체를 한 번에 집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호메로스 지음’은 유효한 전통적 표기이지만, 작품을 읽을 때는 저자 전기와 텍스트 형성 과정을 구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3줄 핵심
- 호메로스 실존 여부는 “있었다/없었다”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고대부터 『일리아스』『오디세이』의 저자로 전승됐지만, 그의 생애를 동시대 기록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 두 서사시는 오랜 구전 공연 전통 속에서 형성됐고, 오늘날의 텍스트가 언제·어떻게 고정됐는지도 한 시점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따라서 책의 ‘호메로스 지음’은 자연스러운 전통적 저자 표기이지만, 현대 소설가처럼 한 사람이 현재 형태 전체를 한 번에 집필했다고 받아들이지는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책 표지에는 흔히 ‘호메로스 지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접하면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처럼 생애와 집필 과정이 비교적 분명한 한 명의 작가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호메로스는 조금 다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그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의 권위 있는 저자였지만, 정작 그의 출생지·생몰연도·실제 얼굴·시력 같은 전기 정보는 확실히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호메로스는 실존 인물이었을까?
실제 뛰어난 시인 또는 시적 권위의 중심이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호메로스의 전기’를 역사적 사실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핵심은 “호메로스가 있었나?” 하나가 아니라, 그 이름 아래 전승된 두 서사시가 어떤 공연 전통에서 형성되고 어떻게 텍스트가 되었는가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Cambridge의 The Homeric Question은 이 문제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구성되고 보존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다룹니다. 즉 한 사람의 주민등록식 전기를 복원하는 문제가 아니라 저자, 구전 공연, 문자 기록, 편집과 전승을 한 묶음으로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호메로스 문제는 사실 세 가지 질문입니다
‘호메로스 문제(Homeric Question)’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다음 세 질문을 분리하면 무엇이 확실하고 무엇이 아직 논쟁인지 훨씬 잘 보입니다.
- 첫째, 호메로스라는 한 역사적 인물이 실제로 있었는가? — 가능성은 있지만 생애를 확정할 동시대 자료가 부족합니다.
- 둘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를 같은 한 사람이 현재 형태로 완성했는가? — 전통적 저자 귀속과 현대적 ‘단독 집필’ 개념은 구분해야 합니다.
- 셋째, 오랫동안 공연되던 서사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읽는 텍스트가 되었는가? — 이 과정은 단일 날짜나 단일 편집자로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세 질문을 섞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호메로스의 정확한 생몰연도를 모른다고 해서 두 작품이 후대의 가짜라는 뜻은 아니고, 구전 전통이 있었다고 해서 위대한 개별 시인의 창조성이 없었다는 뜻도 아닙니다.
왜 호메로스의 생애는 이렇게 불확실할까?
두 서사시의 주요 형성 시기는 보통 고대 그리스의 초기 아르카이크 시대, 흔히 기원전 8세기 전후와 연결해 논의됩니다. 그러나 작품의 형성 시기와 한 사람의 생몰연도는 같은 정보가 아닙니다. 당시에는 현대 작가처럼 출생 기록, 편지, 계약서, 출판 기록이 체계적으로 남지 않았고, 시는 읽는 텍스트이기 전에 공연되고 들리는 문화의 일부였습니다.
후대에는 여러 도시와 지역이 호메로스와의 연고를 주장했고 ‘눈먼 시인’의 이미지도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흔히 보는 호메로스 흉상은 작품 성립 시기로 추정되는 시대보다 훨씬 뒤의 조각 전통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흉상은 후대가 호메로스를 어떻게 상상하고 기억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지 그의 실제 얼굴을 찍어 둔 초상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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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정말 한 사람이 쓴 책일까?
이 질문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한 천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썼다”와 “여러 사람이 제멋대로 이어 붙였다” 중 하나만 고르는 것입니다. 두 작품에는 정교한 전체 구조와 강한 시적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장기간의 구전 공연에서 생긴 것으로 설명되는 정형구·반복·장면 패턴과 전승의 흔적이 함께 보입니다.
The Cambridge Guide to Homer는 초기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가 공연 속에서 구두로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전통에서 발전했으며, 이런 과정이 넓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Harvard Center for Hellenic Studies의 Homer Multitext 역시 구전 단계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하나의 고정된 ‘원문’보다 여러 변형이 가능한 전승 체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이해는 이렇습니다. 강력한 구전 전통이 있었고, 그 안에서 뛰어난 시적 조직과 창작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문자 기록과 반복된 공연·편집·전승을 거치며 텍스트가 점점 안정됐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한 개인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는 여전히 연구 주제입니다.
밀먼 패리와 앨버트 로드가 바꾼 것은 ‘정답’보다 질문 방식입니다
20세기 호메로스 연구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밀먼 패리(Milman Parry)와 앨버트 로드(Albert Lord)의 구전시 연구였습니다. 두 연구자는 1930년대 유고슬라비아 지역의 살아 있는 구전 서사 공연을 조사했고, 긴 서사를 공연 중 구성하는 시인이 전통적 정형구와 이야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비교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는 호메로스 서사시의 반복과 정형구를 단순한 ‘편집 실수’로만 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Cambridge의 개요도 오늘날 많은 불규칙성이나 반복을 구전 공연의 조건과 연결해 설명한다고 정리합니다. 중요한 점은 구전이라는 사실이 작품의 예술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기술이 현대의 집필 방식과 달랐음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구전 전통은 ‘아무나 조금씩 만든 공동작품’이라는 뜻일까?
아닙니다. 구전시인은 완성 원고를 달달 외워 읽는 사람도, 아무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붙이는 사람도 아닙니다. 전통적인 이야기, 인물, 운율, 정형구, 장면 패턴을 오랫동안 익힌 뒤 그것들을 활용해 긴 서사를 공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인에 가깝습니다.
Harvard의 Homer Multitext는 구전 체계에서는 같은 이야기가 공연될 때 세부가 달라지거나 어떤 에피소드가 확장·압축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변형 가능성’과 ‘작품의 질’은 반대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통 안에서 반복적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가 당시의 창작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우리가 아는 ‘책’이 되었을까?
여기에도 한 줄짜리 확정 연도는 없습니다. 그리스 문자 사용이 확산된 뒤 서사시가 기록되기 시작했더라도, 곧바로 하나의 완전히 고정된 판본만 남은 것은 아닙니다. Homer Multitext는 문자 기록 이후에도 공연과 전승 속 변이가 계속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텍스트 전통이 점점 더 고정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합니다.
이 점 때문에 “호메로스가 직접 썼나, 받아 적게 했나, 후대에 편집됐나” 같은 질문에는 학설이 나뉩니다. 확실한 것은 구전과 문자 사이에 칼로 자른 듯한 한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눈먼 시인 호메로스’는 역사적 사실일까?
확정된 사실로 외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호메로스는 고대 이후 눈먼 시인으로 자주 형상화됐고,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눈먼 가인 데모도코스와 연결해 해석하는 전통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호메로스 개인의 시력이 역사적으로 확인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호메로스는 장님이었다”는 문장을 전기 사실로 사용하기보다, 후대가 위대한 시인을 어떤 상징으로 기억했는가를 보여주는 전승으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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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호메로스 지음’은 틀린 표현일까?
아닙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고대부터 호메로스의 이름 아래 전승되어 왔고, 오늘날 번역·교육·서지에서도 호메로스를 전통적 저자로 표기합니다. 문제는 ‘호메로스 지음’이라는 표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현대 소설가의 저자 개념과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책을 고르거나 서지 정보를 적을 때는 ‘호메로스’를 저자로 써도 됩니다. 다만 작품을 해석할 때는 “이 장면은 호메로스 개인의 경험을 반영한다”처럼 확인할 수 없는 전기와 곧바로 연결하지 않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이 사실을 알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읽는 법이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큰 변화는 반복과 익숙한 장면을 ‘작가가 같은 말을 또 썼다’고만 보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반복되는 수식어, 연회·무장·출항·전투 같은 장면의 패턴, 비슷한 문장 구조가 보이면 “이 장면이 공연과 기억에서 어떤 기능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하나 더 생깁니다.
두 작품 자체를 읽기 전에 무엇부터 시작할지 고민된다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뭐부터 읽어야 할까?에서 영화 예습·트로이 전쟁 이해·고전 입문 목적별 순서를 먼저 고를 수 있습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면 오디세이 원작, 안 읽고 봐도 될까?에서 결말 스포일러를 최소화한 상태로 영화 전에 알아둘 배경부터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호메로스를 볼 때는 이 세 가지만 구분하면 됩니다
- 저자 표기 — ‘호메로스 지음’은 전통적이고 실용적인 표기입니다.
- 역사적 전기 — 출생지·생몰연도·실명·시력 등은 확정된 사실처럼 다루지 않습니다.
- 작품의 형성 — 한 사람의 책상 위 집필만이 아니라 구전 공연·변형·문자화·편집·전승을 함께 봅니다.
이 세 층위를 나누면 “호메로스가 실존하지 않았으니 작품도 가짜다”거나 “책에 저자로 적혀 있으니 오늘날 소설과 똑같이 한 사람이 전부 썼다”는 양극단을 피할 수 있습니다.
호메로스를 이해할 때 가장 피해야 할 네 가지 오해
- “실존이 불확실하니 작품도 가짜다” — 저자의 전기가 불확실하다는 것과 작품의 존재·전승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 “구전 전통이면 작품성이 낮다” — 정형구·운율·반복 구조는 긴 서사를 기억하고 공연하는 고도의 기술과 연결됩니다.
- “여러 세대가 전승했으니 개별 천재의 역할은 없었다” — 구전 전통과 뛰어난 개인 시인의 창조성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 “호메로스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둘 중 하나만 정답이다” — 실제 연구는 저자 정체, 구전 작시, 문자화와 텍스트 안정화의 시기를 서로 구분해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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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호메로스는 실제 사람이 맞나요?
실제 시인이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동시대 생애 기록이 부족해 그의 출생지·생몰연도·정확한 활동상을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호메로스 실존 문제는 한 인물의 전기보다 두 서사시의 형성과 전승 과정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같은 사람이 쓴 건가요?
두 작품은 전통적으로 호메로스에게 귀속됩니다. 다만 현대 연구에서는 장기간의 구전 전통과 공연·문자화·편집 과정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오늘날 형태 그대로 두 작품을 한 번에 집필했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호메로스 문제(Homeric Question)란 무엇인가요?
호메로스가 누구였는지뿐 아니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가 어떻게 구성·보존·전승되었는지, 두 작품과 다른 고대 서사 전통의 관계가 무엇인지 묻는 여러 연구 질문을 통칭합니다.
호메로스는 정말 눈이 멀었나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눈먼 시인이라는 이미지는 강한 고대·후대 전승이지만, 남아 있는 전기와 조각상은 작품의 주요 형성 시기로 추정되는 시대보다 훨씬 뒤의 자료입니다.
번역본에 ‘호메로스 지음’이라고 적는 건 잘못인가요?
아닙니다. 고대부터 이어진 전통적 저자 귀속이므로 서지·교육·번역에서 자연스러운 표기입니다. 다만 현대 작가처럼 생애와 집필 과정이 완전히 확인된 단독 저자라고 이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인한 자료
- Cambridge Guide to Homer — Introduction
- Cambridge Guide to Homer — The Homeric Question
- The Cambridge Companion to Homer — The Homeric question
- Cambridge — Oral traditions, written texts, and questions of authorship
- Harvard Center for Hellenic Studies — Homer Multitext
- Harvard Center for Hellenic Studies — Homeric Questions
- British Museum — Troy: myth and reality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Greek Art timeline
사실 확인 기준일: 2026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