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민본주의와 주커버그 오픈 AI, 정말 ‘권력 분산’이라는 점에서 닮았을까?
둘은 같은 사상이 아닙니다. 닮은 것은 권력 집중을 경계하는 문제의식이고, 다른 것은 권력의 주체·제도·책임 방식입니다.

정도전의 민본주의·재상론과 마크 주커버그의 개방형 AI 주장은 같은 철학이 아닙니다. 둘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은 한 가지입니다. 큰 힘이 한 중심에 과도하게 집중될 때 생기는 의존과 오작동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도전은 왕조국가의 통치구조를, 주커버그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말합니다. 이 차이를 빼면 흥미로운 비유가 곧바로 역사 왜곡이 됩니다.
먼저 고칠 오해: 정도전은 현대식 ‘탈중앙화’ 사상가가 아닙니다
정도전은 조선을 설계한 중앙집권 국가의 정치가였습니다. 그가 주장한 핵심을 ‘권력을 모두 흩어놓자’로 읽으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사료 해설이 보여주듯, 정도전은 세습 군주가 언제나 현명할 수 없다는 문제를 보고 재상이 국정을 총괄하고 왕의 잘못을 보완하는 관료적 통치구조를 중시했습니다.
즉 비교의 정확한 출발점은 ‘탈중앙화’보다 한 사람에게 모든 국정 판단이 몰리지 않게 제도와 역할을 두는 것입니다. 백성을 정치의 근본으로 보는 민본의 문제의식도 현대의 국민주권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정도전의 질문은 ‘좋은 왕을 기다릴 것인가, 좋은 제도를 만들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조선경국전』의 재상론에서는 임금의 자질이 모두 같지 않으므로 재상이 왕의 좋은 점을 돕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가 드러납니다. 왕의 개인적 능력만 믿기보다 재상·백관·법제라는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오늘날에도 사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하나 생깁니다. 권한이 큰 조직일수록 ‘좋은 사람 한 명’보다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구조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커버그의 ‘오픈 AI’ 주장은 무엇을 열겠다는 이야기인가요?
주커버그는 2024년 Meta 기고에서 오픈 소스 AI를 앞으로의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개발자와 기업이 특정 폐쇄형 공급자 한 곳에 종속되지 않고 모델을 선택·수정·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핵심은 정치적 대표성보다 기술 접근권, 개발 선택권, 생태계 경쟁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백성을 위한 정치’와 ‘개발자를 위한 개방형 AI’를 그대로 같은 문장으로 묶으면 안 됩니다. 무엇을 분산하려는지부터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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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닮은 지점과 다른 지점을 한 표로 보면 선명합니다
| 기준 | 정도전의 정치구상 | 주커버그의 개방형 AI 주장 |
|---|---|---|
| 문제의식 | 군주 개인에게 국정이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 | 소수 폐쇄형 AI 제공자에 개발자·기업이 의존하는 위험 |
| 분산 수단 | 재상·관료·법제와 역할 분담 | 모델 접근·수정·배포와 생태계 경쟁 확대 |
| 주된 수혜자 | 국가 통치 아래의 백성과 공동체 | 개발자·기업·사용자 생태계 |
| 정당성 | 유교적 왕도·민본·관료 통치 | 기술 혁신·선택권·경쟁·생태계 효율 |
| 책임 구조 | 국가 제도와 관료의 통치 책임 | 기업·개발자·배포자·규제기관에 책임이 나뉨 |

‘오픈’이라는 단어 하나로 공익성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Open Source Initiative의 Open Source AI Definition 1.0은 오픈 소스 AI에 대해 사용·연구·수정·공유의 자유와 수정에 필요한 정보 접근을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이 기준을 보면 기업이 마케팅이나 전략 문서에서 ‘open’이라고 부르는 것과, 제3자의 오픈소스 정의를 충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Llama를 포함한 특정 모델을 평가할 때도 ‘Meta가 오픈이라고 말했다’는 문장만으로 끝내기보다 라이선스 제한, 모델 구성요소, 데이터 관련 정보, 수정·재배포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오픈 AI를 판단할 때는 6가지를 물어보세요
- 접근: 누가 모델이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가?
- 사용: 어떤 용도까지 허용되고 어떤 제한이 있는가?
- 수정: 사용자가 실제로 모델을 고치거나 파생시킬 수 있는가?
- 이동: 특정 회사 인프라에 묶이지 않고 다른 환경으로 옮길 수 있는가?
- 검증: 외부에서 작동 방식과 위험을 점검할 만큼 정보가 열려 있는가?
- 책임: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주체와 구제수단이 분명한가?
개방성이 높아져도 책임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배포 주체가 늘어날수록 위험 관리와 책임 배분이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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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교에서 실제로 가져갈 판단은 하나입니다
정도전과 주커버그를 ‘600년을 건넌 같은 사상가’로 보는 것은 과장입니다. 대신 두 사례를 권력이 집중될 때 무엇으로 견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올려놓으면 의미가 생깁니다.
- 정치에서는 사람의 선의보다 제도와 역할 분담이 있는가?
- AI에서는 ‘오픈’이라는 이름보다 실제 선택권과 이동권이 있는가?
- 분산된 권한만큼 책임도 함께 분산·명확화되어 있는가?
- 최종 혜택이 운영 주체만이 아니라 더 넓은 사용자에게 돌아가는가?
결국 집중을 줄였다는 주장보다, 누가 더 많은 선택권을 얻었고 누가 책임을 지게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한 주요 자료
- 국사편찬위원회 사료로 본 한국사 — 정도전의 재상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정도전
- Meta — 앞으로 나아갈 길은 오픈 소스 AI입니다
- Open Source Initiative — Open Source AI Definition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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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정도전의 민본주의는 민주주의와 같은 뜻인가요?
아닙니다. 정도전은 왕조국가 안에서 백성의 삶과 제도적 통치를 중시했습니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현대 민주주의와 동일한 개념으로 보면 시대적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정도전은 왕권을 없애려 했나요?
그렇게 단순화하기 어렵습니다. 정도전의 재상론은 왕을 전제로 하면서도 재상과 관료제도가 왕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국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구상에 가깝습니다.
주커버그가 말하는 오픈 AI는 누구나 완전히 자유롭게 쓰는 AI라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정하면 안 됩니다. 기업이 사용하는 ‘오픈’이라는 표현과 OSI의 Open Source AI Definition은 별도의 기준입니다. 실제 라이선스, 사용제한, 수정 가능성, 필요한 정보 공개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두 주장의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강한 중심 하나에 모든 판단과 자원이 몰릴 때 생기는 의존 문제를 제도나 생태계 구조로 완화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제한적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AI가 오픈되어 있으면 공익적인가요?
개방성만으로 공익성이 자동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수정과 이동이 가능한지, 위험 책임은 누가 지는지, 혜택이 실제로 넓게 분산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